하락장 완충 효과, 그리고 그 효과의 유통기한
1편에서 커버드콜의 캡비용·프리미엄 구조와 역전 조건을 수식과 실제 데이터로 확인했습니다. 이번엔 커버드콜의 또 다른 장점으로 흔히 꼽히는 하락장 방어력을 짚어보겠습니다. 1편에서 본 TIGER 200 페어의 1개월 구간(순수형 -15.27% vs 커버드콜형 -0.64%)이 정확히 이 사례입니다. 옵션 프리미엄이 하락분을 상당 부분 흡수해, 순수형이 크게 빠지는 동안 커버드콜형은 거의 보합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이 완충 효과에는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크래시 직후에는 이 쿠션이 확실히 힘을 발휘하지만, 시간이 지나 시장이 반등하는 국면에 들어서면 커버드콜형은 그 반등분마저 캡에 걸려 온전히 못 따라갑니다. 실제로 TIGER 200 페어에서도 1개월 시점엔 커버드콜형이 14.63%p 앞섰지만, 3개월·6개월·1년으로 갈수록 격차가 순수형 쪽으로 9.95%p → 29.31%p → 95.32%p로 계속 벌어졌습니다. 크래시 시점으로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 때 덜 잃은 이득"보다 "그 이후 상승장에서 못 따라간 손해"가 더 크게 누적되면서, 어느 시점부턴 순수형이 다시 앞서게 됩니다. 즉 이 방어력은 "크래시 직후 한동안"에 국한된 신선도가 있는 효과이지, 장기간 계속 우위를 유지시켜주는 만능 보험은 아닙니다.
"주식 수를 최대한 늘려두면 유리하다"는 착시
커버드콜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생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분배금은 결국 보유 주식 수에 비례하니, 지금부터 주식 수를 최대한 많이 쌓아두면 나중에 유리하다"는 겁니다.
이걸 검증하려면 분배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월분배금 = 보유주식수 × 주당분배금 = 보유주식수 × (주당가격 × 분배율) = 평가금액 × 분배율
이 식을 보면 주식 수는 계산 중간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변수일 뿐, 최종적으로 분배금을 결정하는 건 평가금액과 분배율입니다.
숫자로 비교해보겠습니다. 두 사람이 각각 100만원씩 투자했는데, 한 사람은 기준가 10,000원짜리를 100주, 다른 사람은 기준가가 낮은 5,000원짜리를 200주 보유하고 있다고 해봅시다. 두 상품 모두 연 분배율이 2%라면:
- 100주 보유자: 평가금액 100만원 × 분배율 2% = 연 분배금 20,000원 (주당 200원)
- 200주 보유자: 평가금액 100만원 × 분배율 2% = 연 분배금 20,000원 (주당 100원)
주식 수는 100주와 200주로 두 배 차이가 나지만, 받는 총 분배금은 정확히 20,000원으로 동일합니다. 주당 분배금만 절반으로 달라질 뿐입니다. "주식 수가 많다"는 사실 자체는 아무 이점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이게 왜 위험한 착시냐면, 이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기준가가 계속 깎이는(=원금을 헐어 분배하는) 상품일수록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주식 수를 살 수 있으니 매력적으로 보이는 역설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 상장 커버드콜 ETF 중 상장 1년이 넘은 24개를 살펴본 한 분석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12개가 연 분배율보다 연 총수익률이 낮았습니다. 분배로 나간 것보다 실제로 번 게 적었다는 뜻이고, 이런 상품일수록 주식 수 자체는 빠르게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 자산가치는 오히려 정체되거나 줄어들고 있었던 셈입니다.
"커버드콜은 매도 없이 자동으로 리밸런싱해주니, 내가 직접 리밸런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도 비슷한 결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절반은 맞는 말입니다. 분배가 지급되는 순간 그만큼 기준가가 빠지는 분배락이 일어나는데, 이는 투자자가 스스로 "매달 필요한 만큼만 직접 매도"하는 것과 결과적으로 완전히 동일합니다. 즉 커버드콜의 자동 분배는 투자자가 규율 있게 직접 매도하는 것을 자동화해준 것에 가깝습니다. 다만 여기서 멈춰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이건 "자동화라는 편의성"이지 "직접 하는 것보다 결과가 더 좋아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자동 리밸런싱이 순수 상품을 그냥 들고만 있는 것보다 나은 성과를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고요. 편리함과 초과 성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시퀀스 리스크: 커버드콜이 진짜 힘을 발휘하는 지점
지금까지는 다소 회의적인 이야기가 많았지만, 커버드콜이 명확하게 힘을 발휘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바로 시퀀스 리스크(순서 위험)를 관리해야 하는 국면입니다.
시퀀스 리스크란, 자산을 계속 인출해서 써야 하는 시기에 하필 하락장이 겹치면 타격이 훨씬 커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은퇴 직후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순수 상품을 매도하는데 마침 그해 시장이 30% 빠졌다면, 같은 금액을 인출하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많은 주식 수를 팔아야 합니다. 이렇게 팔려나간 주식은 이후 시장이 회복돼도 더 이상 내 자산이 아니므로, 그 회복분을 못 누립니다. 손실이 일시적이지 않고 영구적으로 남는 겁니다.
커버드콜은 이 문제를 완전히 없애주지는 못하지만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옵션 프리미엄은 변동성에 비례해서 커지는 성질이 있고, 시장이 급락하는 국면은 대체로 변동성도 함께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자산가치가 위축되는 바로 그 시기에, 분배금(현금흐름)은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서, 인출을 위해 저점에서 더 많은 주식을 강제로 팔아야 하는 압박을 어느 정도 줄여줄 수 있습니다. 이건 축적기(그냥 계속 재투자만 하는 시기)에는 별 의미가 없지만, 실제로 자산을 헐어써야 하는 인출기에는 꽤 실질적인 가치를 갖습니다.
은퇴 후 인출기: 순수 상품 직접 매도와 뭐가 다른가
그렇다면 "은퇴 후 순수 상품을 직접 정기적으로 매도해서 쓰면 되지, 굳이 커버드콜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수학적으로만 보면 둘은 동일합니다. 1편에서 설명한 분배락의 원리 그대로, 매달 필요한 만큼 순수 상품을 직접 매도하는 것과 커버드콜이 분배금을 지급하는 것은 총자산 기준으로 같은 결과를 냅니다.
다만 실제로 이걸 "매달, 몇십 년간 흔들림 없이" 직접 실행하는 건 이론처럼 쉽지 않습니다. 여기서 커버드콜의 실질적 가치가 나옵니다.
- 판단 부담의 자동화: 순수 상품을 직접 매도하려면 매달 "이번 달엔 얼마를 팔아야 하나"를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시장이 급락한 달에는 "지금 파는 게 손해인데 그래도 생활비는 필요하다"는 심리적 갈등이 생기고, 이 갈등 속에서 계획보다 더 많이 팔거나(패닉), 반대로 덜 팔아 생활비가 부족해지는 실수가 나올 여지가 있습니다. 커버드콜은 분배율이 기계적으로 정해지고 지급되기 때문에, 이 반복적인 판단과 그로 인한 감정적 흔들림 자체를 없애줍니다.
- 변동성 국면에 맞춘 자동 조정: 위에서 설명한 시퀀스 리스크 완화 효과가 인출기에는 더 직접적으로 작동합니다. 하락·변동성 장에서 분배금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은, "시장이 안 좋을 때는 덜 팔고 좋을 때 더 파는" 이상적인 동적 인출 전략을 다소 거칠게나마 자동으로 흉내 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이 자동화가 완벽한 건 아닙니다.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필요한 고정 생활비를 맞춰야 한다면, 옵션 시장이 그날그날 매기는 변동성 기준으로 정해지는 분배율이 내 실제 필요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아무 자동화 장치 없이 매번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것"보다는, 이 구조가 실질적인 완충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 숫자 하나가 아니라 구조를 보자
분배율이나 이번 달 분배금이라는 숫자 하나만으로 상품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면 정확히 반대의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정말 확인해야 할 것은 이 세 가지입니다.
- 구조적 캡 비용: 순수 상품 대비 이 상품이 상승장에서 실제로 얼마나 뒤처지는 구조인지
- 지금이 어떤 장인지: 변동성이 크고 방향성이 불확실한 장인지, 아니면 평온하게 우상향하는 장인지 — 후자라면 캡 비용을 상쇄하기 어렵습니다
- 내 상황과의 궁합: 지금이 자산을 불리는 축적기인지, 시퀀스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인출기인지
분배금은 결과이지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매달 들어오는 현금의 크기보다, 그 현금이 어디서 왔고 내 총자산이 실제로 얼마나 커지고 있는지를 함께 보는 습관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중요합니다.
다만 위 이론과 원칙이 실제 시장에서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배당픽에 등록된 국내·미국 상장 커버드콜 ETF 20개 페어를 기초지수가 완전히 같은 경우로만 골라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그 결과는 3편에서 다룹니다.